서 언
1990년대 후반부터 경북에서는 이탈리아 남티롤의 사과 재배체계를 벤치마킹한 저수고 고밀식 사과 생산체계 개발정책을 통해 M.9대목을 도입하고 측지가 잘 발달한 우량 묘목을 3.5–3.8m × 1.5–1.8m로 심어 세장방추형으로 키우는 방식을 장려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사과 밀식재배가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Yoon et al., 2018). 초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2000년대 들어와서는 주간거리가 0.8–1.0m로 좁아지는 대신 수고는 4.0–4.5m 또는 그 이상까지 높아지는 키큰세장방추형으로 진화하면서 수세 안정이 쉬워지고 단위수량도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수고가 적정 수준을 넘어섬에 따라 상단부 관리가 어려워지고 강풍에 취약하며 하단부 과실의 품질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Rom, 1990; Yang et al., 2015).
최근 유럽에서 대두되고 있는 사과나무(Malus domestica Borkh.) 2축형은 수관 내 햇빛 이용률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나의 대목에 2개의 원줄기를 수직으로 세워 각 축을 초방추형 형태로 키우는 방식이다(Musacchi, 2008). 키큰세장방추형과 달리 원줄기에 바로 단과지형 결과지를 부착시키는 정지법으로 수관 전반에 채광이 잘되어 수량과 품질이 우수하고 수세가 양 축으로 분산되는 이점이 있다(Robinson et al., 2013; Dorigoni, 2016). 따라서 3차원 원뿔형 수형에서 수폭이 좁은 2차원 평면적인 수관이 만들어져 기계 이용은 물론 관리작업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축형은 굵은 측지를 두지 않기에 수관 하단부까지 햇빛 노출이 양호하여 나무 전체광합성률이 높아지고 탄수화물 배분이 비동화기관 보다 과실로의 전류 비율이 높아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Lakso and Grappadelli, 1992; Lakso and Robinson, 1997). 수관 내로 균일한 햇빛 분포는 상부와 하부 간 과실 착색의 편차를 줄여주고 꽃눈이 고르게 잘 착생하게 만들며 광합성률이 낮은 잎의 비율을 줄여서 순광합성량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Warrington et al., 1996; Dallabetta et al., 2017). 수형 관리 측면에서도 2축형은 단과지를 원줄기에 착생시키므로 절단전정보다는 복잡하거나 노후한 가지를 그루터기만 남기고 솎음 또는 갱신전정 위주로 단순하게 함으로 특별한 전정기술을 요구하지 않을뿐더러 기계전정도 시도되고 있어 노동력 절감에도 효과적인 수형으로 평가하고 있다(Dorigoni and Micheli, 2015). 따라서 2축형 재배체계는 수고가 5m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키큰세장방추형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생산성과 품질향상은 물론 적화, 적과, 수확을 위한 기계투입에도 용이하여 인력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Bibaum®이라 하여 유럽에서는 우수한 소질의 2축 묘목이 보급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눈접이 된 대목(Musacchi and Neri, 2019)을 저렴하게 구입하여 본 포에 바로 심어 수형을 구성해 나갈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회초리 묘목을 잘라 쓰거나 일부 묘목업체에서 2축 묘목을 생산하고 있지만, 관리 부족으로 우량 묘 득묘율이 떨어져 전반적으로 거래 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2축 묘목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행적인 접목 방법으로 획득한 ‘후지’/M.9 묘목을 포장에 심고 2축 수형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2축형 과원 조성을 시도하였다. 2축형은 기존 세장방추형과는 다르게 골격성 또는 영구성 가지를 두지 않는 수형이기에 새로운 형태의 과수원을 개원함에 있어 개원 초기 유목의 수형 구성 방법에 관하여 다각도로 모색해보고자 하였으며, 또한 다양한 재식밀도를 두고 우리나라 재배환경에 적합한 재식체계를 평가해보고 재식밀도에 따른 초기 생산성도 검토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2축형 과원 조성
2017년 겨울에 경북대학교 군위 부속실습장에 기존 사과 성목원을 벌목, 굴취하고 밑거름으로 우분 3톤/10a을 살포한 다음 트랙터로 경운 쇄토 하였다. 재식열 지주(Ø48mm)는 6m 간격, 철선은 지면 50cm부터 상하단 간 1m 간격 4단으로 설치하였다. 관수방법은 압력보상 점적호스를 채택하여 지면 50cm 높이 철선에 결속하고 자동타이머를 부착하여 관수량과 시기를 조절하였다. 시비 방법은 매년 4월 하순경 새순이 자라나올 때 주당 요소 50g, 5월 중순경에 주당 복합비료(N:P:K=21:17:17) 50g을 시용하였고 재식 2년차 가을에 한 차례 우분 3톤/10a 가량 유기물 퇴비를 살포하였다.
수형 구성
2018년 2월 중순에 ‘후지’/M.9 접목묘를 원예용 상토로 채워진 1L 용량의 플라스틱 화분에 심은 후 무가온 유리온실에 두고 조기 생육을 유도하였다. 접수가 약 20cm 자란 시점인 4월 19일 미리 준비한 포장에 열간거리 3m, 주간거리는 각각 1.5m, 1.2m, 1.0m, 0.8m로(각각 84주, 105주, 252주, 165주) 달리하여 접목부위가 약 20cm 노출되게 정식하였다. 10일 정도 경과하여 뿌리가 활착된 다음에 2축형 나무로 육성하기 위하여 6-benzyladenine(BA)를 700ppm 농도로 신초 주간에 살포하여 겨드랑이 눈의 발달을 유도하였다. 2주 후, 접목부위 위쪽 약 10cm 지점에서 비슷한 위치와 세력의 2개 곁순을 선정하였고 나머지 액아에서 자라나온 순은 모두 제거하였다. 주간에서 새순이 양방향으로 약 20cm 자라나왔을 때 새순 발생 바로 윗부분에서 주간을 절단하고 양 축을 하단 철선에 고정시킴으로써 2축형으로 육성하였다. 축이 위치하는 지점마다 철선 하단부와 상단부를 노끈으로 연결하고 새순이 자라면 노끈에 휘감아 고정하였고 수고가 높아질수록 축을 각 철선마다 단단히 묶어 개별지주 도움 없이도 나무를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재식 첫해 또는 이듬해에 좌우 축의 세력 균형이 불균일한 나무는 하단 철선에 고정할 때 강한 축은 수직을 기준으로 각도를 넓게 하고 약한 축은 각도를 상대적으로 좁게 하여 양 축 간의 세력 차이를 줄이고자 노력하였다(Table 1). 재식 1–3년차 생육기 수형 구성방법으로는 매년 5월 중순경 원줄기에서 자라나온 길이 25cm 이상 가지들을 대상으로 적심 작업을 1–2회 실시하였고 2년차 이후에는 원줄기에 나지 부분이 있을 경우 발아 전 아상을 넣어 새순 발생을 유도하였다. 중상단부에서 세력이 강해서 원줄기와 경쟁이 되는 측지는 8월 중순 이후에 솎아주었고 유목기 수형구성 동안 유인작업은 배제하였다(Fig. 1). 재식 1–2년차 동계전정 시 30cm 이상 긴 가지의 경우 중상단부에서는 잎눈 3–4개를 두고 절단하였고 하단부에서는 약 1/3을 잘라 들이는 방법으로 전정을 하였다. 분지부 측지 굵기가 주간 직경 1/2이 넘으면 그루터기를 남기고 단초전정을 하였고 그루터기는 절단면이 위쪽으로 향하게 비스듬히 약 60°로 절단하였다. 3년차 동계전정에서는 자람이 약한 원줄기는 선단을 잎눈으로 두어 세력 회복을 유도하였고 강한 원줄기는 선단을 꽃눈으로 두어 세력이 강해지는 것을 막았다. 측지는 짧게 발달한 결과지만 원줄기에 부착시켰고 하단부에서 분지각이 넓게 발생한 가는 긴 가지는 약 30cm 정도 남기고 절단하였다. 원줄기에서 같은 방향으로 자라나온 결과지가 상하 간 폭이 20cm 이내이면 하나를 제거하였고 도장성 가지는 그루터기를 남기고 솎음전정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수형을 구성하였다. 재식 4년차 생육기에는 신초와 과대지를 대상으로 5월 중순경에 액아 5–6개를 남기는 단축전정을 실시하여 원줄기 가까이에서 단과지형 결과지 형성을 유도하였으며 착과 수는 손 적과를 통하여 과실당 엽 40–50장 비율로 조절하였다. 4년차 동계전정에서는 수고를 제한하여 결과 부위를 3m 이내에서 관리하였고 결과지가 하수가 되어 쇠약해지거나 위쪽을 향해 분지각이 좁게 자라나온 것은 솎아주었으며 격년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목표 착과량(5개/cm2 TCA)도 염두에 두고 전정을 실시하였다.
Table 1.
Planting distance | Tree height (cm) | TCA (cm2) | |||||||||
2018 | 2021 | 2018 | 2021 | ||||||||
W-axisz | V-axis | W-axis | V-axis | W-axis | V-axis | W-axis | V-axis | ||||
3 m × 1.5 m | 106 a (85)x | 124 ay | 303 a (94) | 324 a | 0.53 a (69) | 0.77 a | 6.39 a (84) | 7.57 a | |||
3 m × 1.2 m | 96 b (81) | 118 ab | 298 a (95) | 314 a | 0.44 a (66) | 0.67 ab | 6.53 a (90) | 7.24 a | |||
3 m × 1.0 m | 101 ab (84) | 120 a | 307 a (97) | 317 a | 0.47 a (67) | 0.70 ab | 6.16 a (89) | 6.94 a | |||
3 m × 0.8 m | 98 ab (90) | 109 b | 272 b (95) | 287 b | 0.43 a (71) | 0.61 b | 4.04 b (88) | 4.59 b |
수체 생장 특성 조사
측지발생 수와 길이는 처리구별 20주를 선정하고 수확 후 줄자를 이용하여 지상 0.5–3.0m 사이에 발생한 가지를 전수 조사하였다. 수광률은 셉토미터(LP-80, Decagon Devices, Inc, USA)를 이용하여 9월 9일 11–13시 사이 구름이 낀 날을 택하여 수관하부 지표면 약 20cm 높이에서 측정값을 구하였다(Bhusal et al., 2017). 줄기 직경은 처리구별 25주를 선정하고 버니어캘리퍼스(CD-20CPX, Mitutoyo, Japan)로 접목부 위쪽 10cm 지점을 정하여 격자 방향으로 2회 측정하여 평균값으로 주간단면적(TCA: trunk cross-sectional area)을 구하였다.
과실 품질 특성 조사
처리구에 따른 주당 착과 수는 수확 시 50주씩 선정하여 조사하였고, 과실 품질 특성은 각 처리구별로 25개의 사과를 샘플링하여 조사하였다. 과피 착색은 색차계(CR-20, Konica Minolta, Inc, Japan)를 사용하여 양광면과 음광면에 대해 Hunter ‘a’값[–60(green) ~ +60(red)]을 조사하여 평균값을 취하였고, 과실 경도는 직경 11mm 헤드를 가진 경도계(GY-4, Tsingtao Toky, China)로 과실 적도부 양광면과 음광면의 과피를 제거하고 측정하였다. 가용성고형물 함량은 과실을 4등분하고 착즙하여 굴절당도계(PR-101, Atago, Japan)를 사용하여 측정하였으며 산도는 과즙 10mL에 phenolphtalein을 지시약으로 pH 8.3이 되도록 0.1N NaOH 용액으로 적정하여 사과산으로 환산하였다.
통계처리
통계처리는 SAS 9.4 소프트웨어(SAS Institute, Inc, USA)를 이용하여 Duncan 다중검정법(유의수준 5%)으로 처리구 간 평균값의 유의성을 검정하였다.
결과 및 고찰
양 축 간 자람새
포장에 정식한 당년 2축형 나무 양 축 간 수고생장은 재식거리에 따라 약한 축은 96–106cm, 상대적으로 강한 축은 109–124cm로 약한 축의 상대적인 생장률이 81–90% 범위로 나타났다(Table 1). 축 간 주간단면적 증가는 약한 축이 0.43–0.53cm2, 강한 축이 0.61–0.77cm2로 약한 축의 생육발달 정도가 66–71% 범위였다. 재식 4년차에는 재식거리에 따라 강한 축 대비 약한 축의 수고생장과 주간단면적 증가가 각각 94–97%, 84–90%로 재식 당년에 비해 축 간 생장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사과나무는 잎눈의 위치가 가지의 선단에 가까울수록 새순도 강하게 자라는 정부우세 현상이 나타난다(Wang et al., 1994).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세력이 강한 가지는 유인을 통해 분지각을 조절함으로써 자람을 억제할 수 있다(Lespinasse and Delort, 1986: Zhang et al., 2017). 본 시험에서도 2축 묘목이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식 초기 양 축의 영양생장을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양 축 간 세력 균형이 흐트러지면 강한 가지는 점점 생장이 왕성해지고 약한 가지는 시간이 갈수록 쇠약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난다(Jung and Choi, 2010). 따라서 2축 개원 시 접목묘를 이용하여도 재식 당년 또는 이듬해에 축의 세력에 따라 분지점을 상대적으로 넓게 또는 좁게 조절하여 철선에 결속한다면 세력 불균형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측지발달
재식 4년차 나무 생장량은 재식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감소하고 반대로 낮아지면 긴 가지 형태의 측지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Table 2). 주간거리 1.5m의 수관 중단부(101–200cm 높이)에서는 측지 길이가 41cm 이상 긴 가지 발생 수가 11.4개였으나 주간거리 0.8m의 수관 중단부에서는 긴 가지 수가 4.8개로 감소하였다. 주간거리 1.2m 또는 1.0m에서는 주간거리 1.5m와 비교해 수고 2.0m 이상 상단부에서 발생한 단가지(20cm 이하) 또는 중간길이가지(21–40cm) 구성 비율은 유사하였으나 중단부에서는 41cm 이상 긴 가지 비율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수고 1.0m 이하 하단부에서는 주간거리 0.8m에서만 41cm 이상 가지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Table 2.
Planting distance | Tree height (cm) | No. of lateral branches | ||
≤20 cm | 21–40 cm | 41 cm≤ | ||
3.0 m × 1.5 m | 201–300 | 11.4 cz | 6.1 e | 0.5 e |
101–200 | 12.1 abc | 11.7 ab | 11.4 a | |
50–100 | 4.1 d | 4.9 ef | 9.3 b | |
3.0 m × 1.2 m | 201–300 | 11.7 bc | 5.9 e | 0.6 e |
101–200 | 14.4 a | 10.6 bc | 7.6 c | |
50–100 | 4.3 d | 4.8 ef | 8.8 bc | |
3.0 m × 1.0 m | 201–300 | 13.9 ab | 8.4 d | 0.4 e |
101–200 | 10.9 c | 12.0 ab | 7.5 c | |
50–100 | 5.8 d | 5.3 ef | 8.0 bc | |
3.0 m × 0.8 m | 201–300 | 10.8 c | 3.2 f | 0.3 e |
101–200 | 14.4 a | 13.3 a | 4.8 d | |
50–100 | 10.0 c | 8.8 cd | 5.0 d |
나무의 생육은 재배적·환경적인 조건에 영향을 받지만 본 시험에서 유목기에 나타난 재식밀도에 따른 생육 편차는 축당 주어진 공간과 관련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Callesen and Wagenmakers, 1989; Hampson et al., 2004). ‘후지’는 세력이 강한 품종으로 평가되고 있으나(Crassweller et al., 2005), 주간거리 0.8m와 같이 재식밀도가 높아질수록 밀식장해가 나타나고 영양생장과 생식생장 간 불균형이 초래되어 나무들의 수세가 비교적 쉽게 떨어질 수 있다(Stampar et al., 1998; Bianco et al., 2003). Palmer(1999)는 재식 첫해에는 재식밀도에 따른 나무생육 간 연관성은 미미하였지만, 다음 3년간은 재식밀도와 나무의 생장은 부의 상관관계가 두드러졌다고 한 것으로 보아, 주간거리 1.5m 경우 축의 공간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수관 내 잎들이 햇빛에 더 잘 노출되면서 결국은 동화물질 축적이 증대되고(Costa et al., 1997) 뿌리의 발달과정에서 인접 나무와 경쟁이 줄어들면서 생육이 좀 더 왕성했던 것으로 보인다(Policarpo et al., 2006). 또한 줄기단면적당 착과 수가 적어지면서(Table 3) 과실당 엽면적 비율이 높아져 동화물질 배분을 더 높은 비율로 영양생장 쪽으로 전류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Palmer, 1992; Radivojevic et al., 2014). 2축형은 나무의 세력이 각 축으로 분산되고 축에 단과지형 결과지를 부착시키는 방법으로 열간거리를 더욱 좁힐 수 있어 초기 수량도 오히려 세장방추형을 능가한다고 보았다(Dorigoni et al., 2011). 본 연구에서도 재식밀도가 높아질수록 단과지 형태의 측지 발달이 양호하였고(Table 2) 주간거리 0.8m를 제외한 나머지 처리구에서는 동계전정 시 수관 중하단부의 41cm 이상 길이의 가지를 갱신 또는 단축전정을 실시하여도 안정적인 꽃눈 수 확보와 함께 과일벽 형태의 평면형 수형 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주간거리 0.8m의 경우 나무의 세력이 다소 약화한 경향이 나타났다.
수광률
재식 4년차 수광률은 37–42% 범위로 재식밀도에 따른 유의성은 인정되지 않았다(Fig. 2). 주간거리 1.2m와 1.0m에서는 각각 42%, 41%로였고 긴 가지 발생 수가 높았던 주간거리 1.5m에서는 37%로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수관 전반에 짧은 측지 비율이 높았던 주간거리 0.8m에서도 수광률은 주간거리 1.5m와 비슷한 39%로 나타났다.
사과에서 생산성은 생육기 동안 과수원에 내리쬐는 햇빛을 나무가 얼마만큼 포획하여 광합성 산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Robinson and Lakso, 1989; Barritt et al., 1991; Wünsche and Lakso, 2000). 결국 생산성은 과수원 햇빛 이용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Palmer et al., 1992), 이론적으로는 수광율이 90%에 다다르면 170–180t/ha 과실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Tustin and Hooijdonk, 2016). 하지만 현재 세장방추형을 기본으로 하는 고밀식 체계에서는 성목기 60% 정도가 한계인 것으로 보고 있어(Tustin et al., 2018; Hampson et al., 2002),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재배체계가 제안되었고 그 결과 수폭을 극도로 좁게 가져갈 수 있는 2축 또는 다축 수형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Dorigoni and Micheli, 2015; Tustin et al., 2022). 재식밀도 1,667주/ha의 재식 3년차 세장방추형에서 수광율이 33.4% 일 때 생산성이 49.3개/주라는 보고가 있는데(Barritt, 1989), 본 연구에서는 접목묘를 재식하여 3년차에 안정적인 꽃눈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재식 4년차 수광률 37–42% 범위에서 재식밀도에 따라 주당 착과 수는 1.5m(667주/ha)의 경우 20.0과/주, 0.8m(1,250주/ha)는 23.9과/주의 생산성을 보였으나 재식 5년차에는 생육상황(Table 2)으로 미루어 보아 60과/주 이상의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Robinson et al.(1993)은 성목기에 생산성 차이는 재배체계보다는 수광률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수광률이 70%가 넘어서면 수관 내부 채광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평가하였다(Wagenmakers and Callesen, 1995).
생산성
재식 4년차 재식밀도에 따른 주당 착과 수는 주간 간격이 좁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Table 3). 주간거리 1.5m와 0.8m는 각각 주당 착과수가 20.0과, 23.9과로 유의성은 인정되었으나 그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줄기 비대는 주간 간격이 좁아질수록 뚜렷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주간거리 1.5m에서는 주간단면적이 12.1cm2였고, 1.2m, 1.0m는 각각 11.8cm2, 11.3cm2였으나 주간거리 0.8m에서는 주간거리 1.5m 주간단면적의 60% 수준에 불과한 7.2cm2였다. 주당 누적 생산성은 착과 수와 비례하여 주간거리 1.5m에서는 8.7kg, 1.2m는 9.3kg, 1.0m는 9.9kg, 0.8m는 10.3kg로 나타났다. 줄기 단면적당 생산성을 나타내는 생산효율은 1.5m에서는 0.59였던 반면, 0.8m에서는 1.23으로 그 차이가 뚜렷하였고 1.2m와 1.0m에서는 각각 0.71, 0.73으로 나타났다. 재식 초기 10a 당 누적 환산 수량에서는 재식거리에 따른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고 주간거리 0.8m의 생산성은 주간거리 1.5m의 두 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Table 3).
Table 3.
Planting distance |
Crop load (No. fruit/tree) |
TCA in 2021 (cm2) |
Yield efficiency (kg/cm2 TCA) |
Cumulative yield 2020–2021 (kg/tree) |
Cumulative yield 2020–2021 (ton/10a) | |
2020 | 2021 | |||||
3.0 m × 1.5 m | 4.8 az | 20.0 b | 12.1 a | 0.59 b | 8.7 b | 1.9 d |
3.0 m × 1.2 m | 4.2 a | 21.6 ab | 11.8 a | 0.71 b | 9.3 ab | 2.6 c |
3.0 m × 1.0 m | 5.1 a | 22.0 ab | 11.3 a | 0.73 b | 9.9 ab | 3.3 b |
3.0 m × 0.8 m | 4.9 a | 23.9 a | 7.2 b | 1.23 a | 10.3 a | 4.3 a |
사과에서 생산성은 재식밀도가 결정적이고, 특히, 재식 초기에는 재식밀도가 높을수록 더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가 있다(Clayton-Greene, 1993; Weber, 2001; Widmer and Krebs, 2001). 이 밖에도 병해충뿐 아니라 대목, 정지전정, 수형 등에 따라서도 조기 결실성이 달라져 초기 생산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Stiles, 1984; Brown et al., 1995; Russo et al., 2007; Hassan et al., 2010). 본 시험에서도 재식밀도는 초기 생산성에 영향을 미쳤는데(Table 3) 재식거리에 따른 주당 착과량 차이가 인정되었고, 단과지형 측지 발달(Table 2) 정도도 중요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10a당 환산 누적 생산성에서는 주간거리 1.5m와 0.8m 간 그 차이가 더욱 확연하여 재식밀도가 생산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었다. Warrington et al.(1990)은 원줄기에 부착된 짧은 가지 밀도가 높아질수록 줄기단면적은 감소하고 생산효율은 높아진다고 하였고, 본 연구 결과와도 유사하여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단과지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관 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2축형은 골격성 가지를 부착하지 않고 수폭을 좁게 가져가는 재배체계이므로 단과지형 짧은 측지 배치가 유리하여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양생장이 왕성한 후지의 경우 5과/cm2 TCA를 넘지 않으면 해거리 현상을 회피하면서 안정적인 나무 세력을 유지할 수가 있는데(Robinson, 2008) 재식 4년차에는 착과 수가 미흡하였지만, 재식 5년차에는 생육상태(Table 2)를 근거로 안정적인 착과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과실품질
재식거리에 따른 평균 과중은 350–367g으로 처리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Table 4). 착색은 주간거리 1.5m, 1.2m, 1.0m에서는 비슷하였고 0.8m에서는 Hunter a값이 26.9로 타 처리구에 비해 높았다. 과실 경도, 당도 및 산도는 재식밀도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Table 4.
Planting distance |
Fruit weight (g) |
Fruit color (Hunter a value) |
Fruit firmness (Kg/cm2) |
Soluble solids (°Brix) |
Titratable acidity (%) |
3.0 m × 1.5 m | 350 az | 24.9 b | 4.0 a | 14.9 a | 0.48 a |
3.0 m × 1.2 m | 362 a | 24.5 b | 3.9 a | 14.9 a | 0.47 a |
3.0 m × 1.0 m | 367 a | 24.1 b | 3.9 a | 14.3 a | 0.46 a |
3.0 m × 0.8 m | 356 a | 26.9 a | 3.7 a | 14.5 a | 0.47 a |
과실품질 특성에는 토양 영양상태, 토양수분, 기온, 햇빛, 나무세력, 착과량, 대목을 포함하여 다양한 요인들이 관여한다(Musacchi and Serra, 2018). 재식밀도는 수관 내 광 투과에 영향을 미쳐 과실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고(Verheij and Verwer, 1973; Wagenmakers and Callesen, 1995) 착과 수준에 따라서도 과중, 당 함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Eccher and Granelli, 2006; Serra et al., 2016) 2축형은 수관 내 광 분포 개선에 이점이 있어 착과 위치에 따른 과실품질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Dorigoni et al., 2011). 과실품질 평가에서 착색을 제외하고 유의성이 인정되지 않은 결과는 나무의 세력이 과실품질에 영향을 줄 정도로 왕성하거나 쇠약하지 않았던 것이 하나의 원인인 것으로 보여진다. 주간거리 0.8m에서 착색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였던 점은 광 투과를 방해하는 긴 측지의 발달(Table 2)이 감소하면서 동화물질 배분이 상대적으로 과실 쪽으로 전류가 증가한 것이(Tustin et al., 1992; Wünsche and Lakso, 2000)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후지’ 사과나무 2축형 구성을 위하여 가지 유인은 배제하고 순지르기, 솎음 또는 갱신전정 위주 관리방법만으로도 수폭이 좁은 평면형 수관 형성이 가능하였다. 재식체계에 따라서는 재식밀도가 높아질수록 나무의 영양생장은 감소하나 초기 생산효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주당 착과 수가 증가하고 재식 4년차까지의 10a당 환산 누적 수량도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주간거리 1.5m 경우, 축당 점유 공간이 가장 넓어 상대적으로 영양생장이 조장되어 초기 생산성이 가장 낮은 결과를 가져왔고, 주간거리 0.8m 경우, 나무세력이 다소 약화하면서 수관 구성이 상대적으로 늦어져 수광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나, 초기 생산성은 가장 높았고 수관 전체 광 분포가 상대적으로 양호하여 착색증진에 유리하였다. 주간거리 1.2m 또는 1.0m 경우,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면서 축 간 공간을 잘 메워 수광률이 41–42%에 이르렀고 단과지형 결과지도 수관 전체에 골고루 잘 발달하여 재식 5년차에는 안정적으로 나무세력을 유지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재식밀도로 보여진다.
과수원 재배체계의 전환은 결국 수관 내 광 투과와 분포를 개선하여 지속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세장방추형과 달리 2축형은 골격성 가지를 배제하고 결과지를 바로 원줄기에 부착시키는 수관 구조로 햇빛 이용률을 더욱 높여(Yang et al., 2021) 생산성을 세장방추형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긴 측지가 없기 때문에 수폭이 좁아 관리가 쉽고, 노동 효율성이 증대되고, 평면적인 수관은 기계전정, 기계적화, 나아가서는 로봇수확까지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선도 농가를 중심으로 2축형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축형은 세력이 각 축으로 분산되는 이점이 있어 우리나라의 주 품종인 ‘후지’에서 장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가 있기에 선제적으로 새로운 사과 재배체계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진단해 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