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배추는 우리나라 4대 채소작물(생산면적(ha) 기준 - 배추, 무, 고추, 마늘) 중의 하나이며, 한국 고유 발효 식품 중에 하나인 김치의 주재료로서 이용되고 있다. 영양학적 측면에서 주로 잎을 통해 비타민, 미네랄 및 식이섬유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 국내 배추 재배면적은 약 35,513ha(전체 채소 재배면적 224,713ha 중 6.31%를 차지함)에 달하며, 생산량은 약 181.6만 톤으로 조사되었다(Statistics Korea, 2013). 배추가 주재료인 전체 김치 시장의 규모는 2012년 기준 2조 4천 254억원으로 보고되었다(Ahn and Lee, 2013). 배추는 채소로서의 이러한 경제적 가치 이외에 식용유의 공급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B. rapa ssp. oleiferous(yellow sarson, brown sarson, toria 등)는 중국, 캐나다, 인도, 그리고 북유럽 등지에서 유지 작물로 재배, 이용되고 있다. 배추 단일 작목으로 조사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USDA의 2012/13 통계에 따르면 Rapeseed(B. napus 및 B. rapa ssp. oleiferous 등 포함)에서 생산되는 유지는 전세계 식용유공급의 약 15%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의 배추 육종 기술 체계는 교배와 선발, 즉 자가불화합성 이용 기술, 웅성불임성 이용 기술, 순계의 조기 고정, 조합 능력 검정, 잡종강세 조기 예측, 변이 창출 기술 등에 의한 육종법에 의존되어 왔다. 비록 새로 개발된 품종의 품질이 우수할 지라도 하나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1990년 이후 종자산업의 육성 및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내 육종 기술 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었고, 이에 따라 고전 육종법에 생명공학 기술(예, 형질전환 기술 및 분자 마커 개발 기술)의 접목이 이루어져 육종의 효율화와 고품질 품종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작물 육종 시 분자 마커의 응용은 우수 형질을 가진 육종 재료들의 효율적인 선발을 가능케 하고, 순도 향상, 육종 연한 및 노동력 감소라는 큰 효과를 주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접근법은 선발 이후 고전 육종법(교배)이 적용되기 때문에 친환경적 농업 전략에도 매우 잘 부합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내에 분자육종 기술 체계 확립을 통한 육종의 과학화가 이뤄진다면 우수 품종 육성의 확대가 가능해 지고 생물다양성협약으로 인한 신품종 보호 등으로 인해 세계 종자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보고에서 최근 배추 육종을 위한 분자 마커의 개발 현황 및 활용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본 론
배추의 분자 마커 개발 및 육종에의 응용
배추에서 분자 마커의 개발과 이용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으며, 이후 여러 가지 형태의 분자 마커들(RAPD, RFLP, AFLP, SSR, SNP 등)이 개발되어(Table 1) 배추과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진화 연구 및 종간 구별 등) 및 육종을 위한 선발에 이용되었다. 본문에서는 유전적 다양성, 웅성 불임성, 개화 및 추대형성, 병 저항성 관련하여 분자 마커 개발 및 육종에의 활용 현황에 대해 논한다.
유전적 다양성
Song et al.(1988a, 1988b)에 의해 개발된 RFLP 마커를 이용하여 B. rapa 및 B. napus의 유럽 종과 중국 종의 유전적 차이를 구별하여 배추과 작물에서 분자 마커의 활용 가능성을 처음 제시하였다. 또한 He et al.(2002)은 채소용 및 유지(oleiferous)형 B. rapa의 유전적 다양성을 제시하였다. Ofori et al.(2008)은 B. rapa oilseed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양질의 종자유(erucic acid, glucosinolate 저함량) 생산, 품종계량을 목적으로 육종할 때 현재 사용중인 재료의 유전적 변이가 충분함을 평가하였다. Guo et al.(2014)은 SSR 마커로 B. rapa(Turnip Rape) 유전자원을 발상 중심(기원지)과 다양성 중심지로 구분하였으며, 이러한 결과는 발상지에서 현재 분포지역으로 이주를 통해 전파되었음을 시사하였다. Zhao et al.(2005)은 전 세계에서 지리적 위치를 달리하여 수집한 B. rapa 재래종, 품종 및 육종 재료를 AFLP 마커로 분석한 결과, 동아시아와 유럽 등에서는 형태형(morphotype)에 의한 차이보다 자원의 기원지에 의해 먼저 구분됨을 보고하였다. 이는 유전적 변이가 각각 자원의 기원지뿐만 아니라 오랜 동안 고립되어(독립적으로 분리) 형성된 순화와 육종을 통해 형성되었음을 시사하였다.
웅성 불임성
배추에서 웅성 불임성 계통 육성은 1대 잡종의 종자 생산에 높은 효율성을 가져다 준다. 특히, 세포질 인자에 의한 웅성 불임성(세포질 웅성 불임성, cytoplasmic male sterility; CMS)에 의한 잡종 종자 생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MS는 세포질 요인에 의해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비정상적인 화분을 생성하고 자가수정 능력을 갖지 못한다. 게다가 CMS는 모계유전(maternal inheritance)으로 어느 가임계를 교배해도 100% 불임주가 나오기 때문에 CMS계의 유지가 매우 용이하다(Chase et al., 2007; Dong et al., 2013). 배추속(Brassica) 작물의 CMS 종류는 Polima, Ogura, Napus, Anand 등이 알려져 있다(Cardi and Earle, 1997; Geddy et al., 2005; Makaroff and Palmer, 1988; Verma et al., 2000). 배추속 이외에 무속(Raphanus) 작물에서도 Ogura, Kosena 등이 알려져 있다(Krishnasamy and Makaroff, 1993; Makaroff and Palmer, 1988). 서술된 종류들 이외에 Hirata et al.(2001)은 배추의 소송채와 양배추의 루비볼의 기내접목으로부터 생산된 키메라 개체와 소송채의 교잡을 통해 후대에서 CMS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CMS 구별을 위한 마커로 배추과 작물(예, 갓)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중 atpA 유전자 근방의 orf220 및 nad2 유전자 근방의 orfB로부터 개발된 것이 보고되었다(Yang et al., 2007).
개화 및 추대 형성
배추는 파종 후 일정기간의 저온이 계속되면 추대와 개화를 유도하는 생리적 특성 때문에 재배지역과 파종시기가 제한된다. 이러한 특성과 관련하여 비결구형의 배추 double haploid(DH) line을 이용하여 만추대와 연관된 RAPD 마커가 개발되었다(Ajisaka et al., 2001). 최근, 배추에서 BrFLC1 (B. rapa Flowering Locus C1)과 BrFLC2가 추대시기와 관계가 있음이 보고되었고, 그 유전자들로부터 SNPs이 확인되었다(Kakizaki et al., 2011). Yellow sarson YS-143과 Pak choi PC-175의 교배를 통해 얻은 F1에서 유래한 DH line의 Quantitative Trait Loci(QTL) 분석으로부터 BrFLC2가 춘화처리와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고, 개화시기 관련 마커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였다(Zhao et al., 2010). FLC 유전자 이외에 추대시기와 관련하여 FT 유전자에서 변이형(BrFTa) 및 QTL이 관찰되었다(Kakizaki et al., 2011).
병저항성
배추에서 발병하는 노균병 및 뿌리혹병은 묘상 및 포장에서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대표적인 병해로 포자로 월동하며 배추 및 기타 식물(노균병; 상추, 시금치, 오이, 무, 파, 양파 등, 뿌리혹병; 배추, 유채, 냉이 등)에도 감염을 일으킨다. 이에 대한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꾸준히 노균병 및 뿌리혹병에 대해 저항성 품종 및 관련 분자 마커 개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Farinhó et al.(2004)은 브로콜리(B. oleracea ssp. italica)에서 Pp523 유전자의 발현으로 노균병 저항성이 증가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Rapid- cycling B. oleracea DH line GK97362와 OL87125로부터 유래한 S4 line의 교배로 얻은 F2 집단에서 Pp523 유전자좌, 301개의 AFLPs, 55개의 RAPDs, 46개의 ISSR, 3개의 SSRs, 4개의 기타 PCR 마커들이 개발되어 4개의 연관군이 확인되었다. Lee et al.(2006)은 배추의 노균병 저항성 품종과 감수성 품종을 교배한 후 F2 평가에서 3:1의 분리비를 확인함으로써, 노균병 저항성 연관 유전자 좌위가 단일 우성 유전자임을 밝혔다. 이 연구에서 BSA(bulked segregant analysis)와 fingerprint 기술을 결합하여 노균병 저항성 유전자좌에 연결된 3개의 마커가 개발되었다. 이외에 배추분자마커사업단 (2007-2012)의 연구를 통해 신규의 배추 노균병 저항성 유전자좌 BrRHP1과 연관 RAPD 및 SSR 마커가 발견, 개발되어 특허 출원되었다(Kim et al., 2011). 배추 뿌리혹병은 Plasmodiophora brassicae의 감염으로 발병하며, 뿌리혹병 감염 시 뿌리 조직의 유관속부의 이상 비대 및 잔뿌리 발육 저해로 정상적인 양분과 수분 흡수를 방해하여 식물에 피해를 준다(Voorrips et al., 1995). 뿌리혹병균은 병원성에 따라 다양한 생리적 분화형(race)이 혼합된 상태로 존재하여 저항성 품종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지역이나, 재배시기에 따라 이병성, 중도저항성, 저항성 등 일관성이 없는 저항성을 보이고 있다(Kim et al., 2003). 배추 뿌리혹병 저항성 유전자들로 Crr1, Crr2, Crr3, Crr4, CRa, CRb, CRc, CRk가 보고되었고, 각 유전자에 따라 저항성을 보이는 race가 다르다. Crr1 과 연관된 SSR 마커(Suwabe et al., 2006), Crr2와 연관된 SSR 마커(Suwabe et al., 2006), Crr3와 연관된 STS 마커(Hirai et al., 2004), Crr4와 연관된 RFLP 마커(Suwabe et al., 2006), CRa 유전자와 연관된 RFLP, STS 마커(Matsumoto et al., 1998; Sakamoto et al., 2008), CRb와 연관된 SCAR 마커(Piao et al., 2004), CRc와 연관된 AFLP 마커(Sakamoto et al., 2008), CRk와 연관된 STS 마커(Sakamoto et al., 2008) 등이 보고되어 있다.
배추 유전체 연구
배추는 경제적 작물로서의 가치 이외에 배수성(polyploidization) 연구에 있어 중요한 모델 작물(Wang et al., 2011)의 하나로 인식되고 왔고, 최근에는 배추 유전체 전체 염기서열 정보가 발표되었다(The Brassica rapa Genome Sequencing Project Consortium, 2011). 배추는 염색체 재배열 과정(fusion 및 fission)과 함께 genome triplication이 되었고, 약 41,174개의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genome triplication 과정에서 발생된 gene loss와 같은 변이화는 배추 표현형적 다양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The Brassica rapa Genome Sequencing Project Consortium, 2011).
작물 육종에서 표준 유전체 정보는 농업적 형질과 관련된 변이들 및 핵심 유전자들의 탐색을 유용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육종 기술 기반의 규모 확장 및 작물의 형질 개선을 가능케 한다. 배추에서도 표준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배추 분자육종을 위한 대량의 SNP 및 SSR 마커 등이 개발되어 고밀도의 표준 유전자 지도가 가능케 되었고(Li et al., 2010), 농업적 형질 관련 QTL 탐색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보고된 배추 고밀도 표준 유전자 지도는 1,426개의 분자 마커를 포함하고 있으며, B. rapa와 B. jucea A genome의 비교 유전체 지도를 보고하였다(Ramchiary et al., 2011). Erucic acid, Glucosinolate, Flowering time, Yield component 관련 QTL 및 관련 마커들이 탐색되었다(Li et al., 2010, 2013). 또한 유전체 분석이 용이해지면서 배추속 작물 사이의 유용 형질의 탐색을 가능케 하고 있다. B. rapa와 B. jucea, B. nigra, Raphanus sativus 사이의 비교유전체 연구 등이 수행되어, 유전체 block 간의 비교 유전자 지도, 수량 관련 QTL, 개화 관련 유전자좌 등이 탐색되었다(Li et al., 2010; Ramchiary et al., 2007; Yang et al., 2002).
최근 high-quality reference genome 정보와 함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법(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의 등장은 빠른 시간 내에 대량의 농업적 형질 관련 변이 탐색을 가능케 해주고 있다. 특히, NGS를 이용한 whole-genome resequencing은 sequencing-based genotyping 및 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GWAS)의 개발을 가능케 하고 있다. 가령 최근 517개의 벼 품종을 resequencing을 한 후, 약 3.6 million개의 SNP를 확인하고 14개의 agronomic traits에 대한 GWAS를 수행하였다(Huang et al., 2010). 이러한 사례는 genotype과 phenotype 사이의 지식의 간격을 좁힐 수 있고, 작물 genomics-assisted selection을 통한 pyramid breeding에 응용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Chia and Ware 2011; Huang et al., 2012).
결 론
분자 마커 기반의 genomics-assisted selection은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선발하는데 높은 효율성을 주고, 순도 향상, 육종 연한 단축, 노동력 감소 등을 통해 작물의 형질 개선 및 우수 품종 개발에 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특히, 병충 저항성, 기후적 조건에 대한 저항성과 같은 형질을 가진 품종 개발에 큰 기대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배추의 경우 유전체 정보가 밝혀진 이래 이미 각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분자 마커 개발을 통한 품종육성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본 보고에서 밝힌 최근의 배추 분자 마커의 활용 현황은 앞으로 배추를 포함한 배추과 작물의 유전자원 확보 및 보존의 금후 전략 수립은 물론, 품종육성을 위한 분자 마커를 이용한 분자육종의 방향 및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며, 우수 품종육성을 통한 전략적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